예수살기 6월 영성순례

통일기원 산행 및 숲 치유

 

시간 : 2018/6/13() 08:00 ~ 16:00

개요 : 강원도 인제 한국전쟁 전투지역 산행(임도) 및 자작나무숲 탐방 (길안내 : 박성율)

모임 : 당일 오전 8:00 종로1가 명동향린교회 앞 (봉고로 출발)

참가비 : 2만원

*6/8-9일 사전투표자에 한함

 


6월 영성순례를 다녀와서

 

영성이란 하느님을 배워 실천하는, 곧 거룩한 성품을 품고 베푸는 일체의 과정 총화다. 그래서 일상에 찌든 이들에게 자연과의 조우는 영성생활에 각별히 기여한다. 하늘을 가만히 우러러 보며 바람과 대화하고, 분주한 생각에 가려져 있던 땅에 있는 모든 것들을 새삼스럽게 만나면서, 우리는 창조 때 부여받은 신적 형상을 조금씩 회복한다. 이를 위하여 금년부터 한 달 한 번 벗들과 함께 자연을 걷는 영성순례를 시작했다. 2월에는 눈 덮인 남한산성을 걸었고 3월 사순시기에는 절두산 성지를 찾았다. 4월에는 정기 영성수련과 뭉쳐 가톨릭 수도원과 원불교 수행을 배웠고 5월에는 꽃피는 수원화성을 걸으며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염원했다.

그리고 이번 유월에는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있은 다음날 강원도 인제의 산과 숲을 찾아 통일을 기원하고 우리 영혼을 씻는 시간을 가졌다. 홍천 산골에서 나고 자라 일대를 잘 알 뿐만 아니라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산교육으로 새긴 풀과 나무들에 대한 지식이 남다른 박성률 목사가 자리를 지목하고 인도하였다. 조금 먼 곳이고 선거 날이라 그런지 서울에서 출발한 인원은 평소보다 적었다. 하지만 순례자들은 아침 일찍 12인승 스타렉스를 완전히 채우고 여느 때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첫 집결지 홍천으로 향했다.

 

오전에는 인적이 드물어 원시림과 희귀 동물을 조우할 수 있는 산길을 택했다. 인제군 남면사무소에서 출발하여 상수내리, 수산리를 돌아가는 코스다. 김신조 루트로 명명된 깊은 산길까지 임도가 나 있다. 연로하신 분들은 스타렉스를 계속 이용했지만 우리 중 절반은 트럭을 타고 무개차의 호강을 했다. 험한 산길을 오르며 상쾌하기 그지없는 바람, 그리고 울창한 숲과 희귀한 나무들을 만났다. 바른쪽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건만 숲이 빽빽하여 깊이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트럭 짐칸에 서서 가는 이들의 탄성이 산길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임도 정상 부근에 차를 대고 모두는 서쪽으로 매봉이, 북으로 소양댐이 보이는 정상까지 소풍하듯 걸었다. 이곳에는 멧돼지가 수십 마리씩 떼지어 다니고 사향노루와 멸종위기종인 산양도 있다 한다. 어떤 때는 돼지떼가 호수를 유유히 수영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도 있단다. 산세가 복잡하고 등성이에서도 주변이 탁 트이질 않아 약초 캐러 왔다가 길을 잃는 경우가 흔하다니 산골출신인 필자에게도 생경한 풍경이다.


김신조루트 탐방2.jpg

 

 

 

정상 부근에 모여 잠시 침묵하며 하늘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 양재성 목사가 짧고 깊은 시 한 수를 읊어 기도를 대신하였다. 맑은 고요가 모두의 가슴을 차분하게 진정시켜주었다. 박성률 목사는 우리 발 곁에 있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던 풀들을 이야기해주었다. 독초와 약초가 공생하는 자리. 성속을 구별하고 사사로운 이익을 기준으로 차별을 당연시 하는 인간 세상의 옹졸함을 생각하게 하는 자리였다. 내려오는 걸음소리를 앞지르며 파도를 타듯 다가오는 소리가 있었다. 작은 구름송이가 뿌리는 비였다. 도심의 비와는 달리 달콤했다.

 

긴 임도를 돌아내려와 계곡 맑은 물에서 기른 송어로 점심을 공양했다. 활기찰 때 고기를 잡으면 비린내가 나지 않는단다. 보통 음식점들이 송어회에 콩고물을 곁들이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은 고기들이 뿜어내는 비린내를 잡기 위해 트릭을 쓰는 거란다. 아무튼 우리는 비린내 없는 송어회를 콩고물 없이 바로 먹었다. 고소하고 깔끔해서 맛있고 배부르게 잘 먹었다. 회를 잘 드시지 못하는 두 자매님도 예외가 없었다. 주인장의 거침없는 관상풀이가 많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분은 오늘 순례의 조미료 역할을 한 것 같다.

 

오후에는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으로 갔다. 제주 비자림처럼 평지에 조성된 숲으로 알고 갔는데 꽤 긴 산행 끝에야 만날 수 있는 인공림이었다. 숲은 1974년부터 1995년까지 138ha에 자작나무 690,000 그루를 심어 조성되었다. 휴일이라 꽤 많은 인파가 오르내렸다. 한낮인데다 예상치 못했던 산행은 몸이 온전치 못한 필자에게는 극기를 필요로 했다. 하지만 4km 가까운 산행 끝에 만난 자작나무숲은 그 모든 수고를 일거에 보상해주었다. 오전에 수산리를 지나며 자작나무 군락을 보긴 했으나 이곳에 조성된 숲은 위용이 완전히 달랐다. 탄성을 자아내는 자태 앞에서 연신 카메라들이 작동한다. 군더더기 없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은 몸매, 그리고 곱고 하얀 피부는 우리 눈에 퍽 이색적이다. 여름인 지금에는 바닥의 초록과 어울리지만 겨울 눈밭이 되면 더 아름다울 터이다. 숲속으로 난 나무 데크가 가파르지만 힘든 줄을 모르게 만드는 풍경이다. 가슴에 묻어있던 온갖 부질없는 것들이 죄다 씻어졌다. 말 그대로 삼림욕(森林浴)을 제대로 즐겼다.

이처럼 좋은 숲도 십여 년 후면 베어져야 한단다. 수령이 다하는 탓이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자연의 도리다. 우리네 삶의 흐름도 마찬가지리라.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가는 육신이다. 우리가 남기는 아름다움이 있다면 그것은 재산도 화려한 업적도 아닌 사랑이라고 스승께서 말씀하셨다.(마태 25:31-46)


원대리 자작나무 숲.jpg

 

 

오르고 내리며 시간이 많이 흘렀다. 당초 계획했던 서울에서의 해산시간에야 모두 하산했다. 하지만 숲 치유로 얻은 활력이 우리 모두를 너그럽게 만들었다. 일행은 기꺼이 근처 박성률 목사 집을 심방했다. 깊은 계곡 속에 꾸민 집은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위로와 환희를 제공했다. 그곳은 맑음그 자체였다. 하루의 일정 모든 것을 기쁘게 감사하며 마무리할 수 있었다. 피로를 씻는 차 한 잔을 마시고 마음 모아 드린 기도에는 그 모든 감사와 감동이 아롱졌다. 참 아름다운 순례였다.


박성율님 댁 심방 단체사진4.jpg

 

김기원(영성신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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