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만의 도시, 야만의 서울‘특별’시

옛날에 어느 나라의 지도자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도시가 세계적인 도시가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는 참모들을 불러놓고 책상 위에 지도를 펼쳐놓았다. 지도 위에 적당히 중심을 잡고 자를 대고 직선을 그었다. 그가 그리는 대로 그것은 길이 되었다. 옛말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는데, 그야말로 세계의 심장이 될 만한 도시의 청사진이 그려졌다. 이렇게 ‘세계수도 게르마니아’의 초상은 탄생했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하나의 민족! 하나의 제국! 하나의 지도자!” 이윽고 총통 히틀러의 계획대로 수많은 유대인들은 베를린에서 쫓겨났고, 또 수많은 수도시민들이 자기 살던 곳에서 쫓겨났으며, 길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이 야만의 서사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오늘 자본의 폭력에 죽임을 당한 야만을 목도하고 있다. 사람들이 잘 살고 있던 마을은 자본이 세우려는 도시에 폐허가 되었다.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거리로 쫓겨났다. 그리고 그 자리는 투기자본이 독차지하고 땅 장사를 하게 되었다. 이것을 자본주의는 “발전”이라 부른다. “성장”이라 부른다. 이것이 바로 당신들만의 도시, 서울의 실체다. 크고 아름다운 건물을 지어 보겠다고 원래 살던 주민들을 대책 없이 내쫓는 이곳은 21세기 대한민국이다.

재건축 조합 측은 지난 가을 아무런 대책도 없이 두 차례나 강제집행을 강행했다. 그들은 서울시의 강제퇴거금지 지침도 어겨가며 사전 신고도 없이, 집행신고 시간이 이르기도 전에 ‘철거용역’이라 불리는 깡패들을 동원하여 폭력집행을 강행했다. 피해자인 故 박준경 열사는 어머니를 동지의 집으로 피신시키고, 자신도 근처 공가에서 잠시 살았으며, 서울시는 지침을 어긴 아현 2구역에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두 차례 내리고, 마포경찰서에는 아현 2구역 조합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마포구청에는 서울시의 행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결국 지난 11월 30일, 재건축 조합은 故 박준경 열사가 임시로 거주하던 공가까지 강제집행을 하고 말았다. 추운 겨울, 이제는 이 땅 어디에도 갈 곳이 없었던 故 박준경 열사는 그만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다. 주민들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재건축 조합과 유착하여 주민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그러므로 故 박준경 열사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공공기관과 자본에 의한 타살이며, 오늘날 우리가 다시 한 번 목격하는 제2의 십자가 사건이다. 우리는 나치 독일에서나 벌어졌을 법한 일을 지금 이 땅에서 경험하고 있다.

아주 오래 전, 사람들이 벽돌 굽는 법을 처음으로 배웠을 때, 그들은 “성읍을 세우고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자”며 바벨탑을 쌓았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당시 권세 가진 자들이 자기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쌓았던 탐욕의 성새였을 뿐이다. 그 탑을 높이 쌓기 위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고용되었으며, 그들이 탑을 쌓다 떨어져 죽어도 사람들은 탑은 더 높이 쌓지 못한 벽돌 한 장을 더 아쉬워했다고 한다. 이처럼 벽돌 한 장이 한 사람의 생명보다 귀하게 여겨지는 시대, 하느님께서는 이 땅에 내려오셨다. 울부짖는 민중의 소리를 듣고,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이 세상에 내려오신 것이다. 성경에 의하면, 하느님께서는 거기 있던 권세자들을 사방팔방으로 흩어버리셨다고 한다.

시방 우리는 구주 강생의 신비를 기억하며, 또 만민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하느님 나라를 몰고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절을 지나면서, 주님께서 귀 기울여 들으시는 故 박준경 열사의 처절한 외침을 듣는다. 서울의 어원이 서라벌이라더니, 서라벌은 시내가 졸졸졸 흐르고 광활한 벌판이 펼쳐진, 사람 살기에 좋은 곳이라더니,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서울은 서라벌이 아니라 서민의 울상이었던 것이다. 하느님은 민중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시고, 그들을 위해 복수하시는 분이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민중을 위해 복수하시는 하느님의 편에 서서 민중과 함께, 민중 안에서, 민중과 하나 되어, 故 박준경 열사를 죽인 마포구청과 자본에 맞서 싸울 것이다. 태어날 적부터 이집트로 쫓겨나신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니 우리는 승리하리라.

마포구청은 오해하지 말고 잘 알아들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선전포고이다. 민중을 죽음으로 내몰고 세운 당신들만의 도시를 우리는 무너뜨릴 것이다. 돌 위에 돌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무너뜨릴 것이다.

2018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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